첫 우주론에 대한 이야기 - 신들의 황금시대
3만년쯤 전 한겨울 밤에 아마도 이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 동굴에 사는 한 종족이 불길이 꺼져 가는 모닥불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털이 덥수룩 덮인 얼굴 하나가 하늘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하였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움직이지 않는 별들 사이로 별 하나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인간이 우주를 보고서 방랑하는 신의 흔적을 본 것이다. 문명의 새벽이 동트기 전에도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보고 궁금하게 여겼다. 누가 저 하늘의 별들을 만들었을까? 우주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끝나기도 할까? 만일 끝난다면 어떻게 끝날까? 이것은 가장 오래된 인류의 질문들이다. 천년들이 수없이 지나는 동안에 이 수수께끼에 답변할 유일한 방법은 신화를 통한 것뿐이다. 오늘날에도 신화의 흔적들을 하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늘을 통해 천천히 구불구불 움직이는 작은 빛들, 다시 말해 흔히 행성이라고 알려진 별들은 신들의 이름을 달고 있다. 붉은 마르스(화성)는 전투의 피로 흠씬 젖었고, 밝은 비너스(금성)는 이른 아침 사랑의 여신의 매력을 지니고 빛난다. 모든 문명권 우주의 창조와 밤하늘의 별들을 설명하기 위해 각기 자기 신들을 동원한다. 그리고 종종 우주의 최종적인 파괴까지도 설명한다.
오늘날의 우주론자를 신화시대의 주술사나 이야기꾼과 구분해주는 것은 그사이 일어난 세 번의 혁명이다. 1500년대에 있었던 맨 처음 혁명이 가장 위험하였다. 혁명의 적들이 자기들의 무기 창고에 있는 모든 무기를 다 동원해서 혁명을 질식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이단과 마법이라고 고발하였다. 두 번째 혁명은 1920년대에 시작되었는데 가장 불한 것이었다. 시계태엽 장치 우주라는 편안한 개념이 흔들리면서 인류는 갑자기 거대하고 텅 빈 우주 속에 홀로 남겨졌다. 처음으로 과학자들이 창조 활동의 증거를 보았다. 이 두 번의 혁명이 우리를 오늘날의 시대로 데려왔고, 우리는 지금 세 번째 혁명의 한가운데 있다. 세 번째 혁명은 마침내 영원한 질문들에 답을 줄 것이고, 우리의 시작과 마지막의 운명을 보여줄 것이다.
햇빛이 밝게 빛나는 날 얼굴을 위로 향하고 적다잏 곁눈질 하면서 하늘을 바라보면, 우리는 하늘이 둥실 떠가는 성긴 구름 위쪽에 아치를 이룬 흠 없는 둥근 천장이라고 상상해 볼 수 있다. 고대 사람들은 하늘의 아치가 진짜라고 여겼다. 지구는 아름다운 공으로 둘러싸여 있고, 이 공은 낮에 태양이 천천히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동안 푸른색으로 빛난다. 밤이면 반짝이는 작은 점들이 아래쪽의 인간들을 놀리고, 희미하게 빛나는 띠 하나가 지구를 둘러싼 거대한 공을 가로질러 길게 뻗어있었다. 대체 누가 저 공간을 만들었을까? 문명권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달랐다. 각 민족은 나름의 창조 이야기들을 만들었고, 그런 이야기는 신들이 어떻게 나타났으며, 그들이 어떻게 우주를 창조했는지를 들려주었다. 당연하게도 북유럽 사람들은 우주가 얼음에서 생겨났다고 생각했다. 서리가 거대한 불을 만나 녹으면서 거인 하나가 만들어졌는데, 이 거인의 이름은 이미르였다. 최고신 오딘과 그의 형제들이 이미르를 죽이고 그 두개골을 가지고 둥근 천장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이미르의 살로 땅을 만들고, 그의 피로 바다를 만들고, 그의 두뇌로 구름을 만들었다. 행성들을 하늘로 보내고, 빛나는 해와 달의 마차들이 둥근 천장에서 서로의 뒤를 따라 달리게 하였다. 이들은 제각기 늑대의 추격을 받았다. 북아메리카 중앙부에 살던 포니 인디언은 옥수수가 만물의 어머니라고 여겼다. 어머니 옥수수가 인류에게 생명을 주었다. 인류는 포니 족이 먹고 사는 옥수수처럼 땅에서 올라왔다. 일부 문명들은 우주가 거대한 대양에서 시작되었다고 여겼다. 또 다른 문명들은 형태가 없는 혼돈(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우주의 창조에 대해서는 대단히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동일한 사건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들의 탄생, 하늘과 땅과 별 들의 창조, 남자와 여자를 만드는 것. 이러한 요소들은 모든 종교의 기반을 이루고 인류가 시간의 새벽 이후로 줄곧 물었던 근원적인 질문들에 답을 해준다. 과학혁명이 인류에게 우주를 탐색할 또 다른 도구를 주기 전에 사람들은 주술사들의 이야기와 철학자들의 사색에 귀를 기울이는 것 말고는 역사와 자연을 탐색할 수가 없었다. 종교와 철학이 고대 사람들의 우주론을 만들어 냈다.
이런 수많은 우주론 중 두 가지가 로마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세계를 지배하였다. 이 두 전통은 서로 모순되지만 그래도 하나로 합쳐져서 과학적 방법론이 나타나기 전까지 거의 대적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성서 속으로 녹아들어 간 동쪽 셈족의 우주론과 서쪽 그리스와 로마 우주론이 결합하여 단단한 구조로 다듬어져서 1천년 이상의 기간 동안 지속되었다. 이 튼튼한 건축물을 붕괴시키기 위해서는 우주론의 혁명이 필요하였다.
'코스모스'라는 말은 그리스 말로 '질서'라는 뜻이다. 코스모스란 '우주 전체'를 가리키는 말인데, 혼란스러운 그리스 신화에서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질서이기도 하다. 태양은 태양 마차를 끄는 마부인 헬리오스의 안내를 받아 날마다 하늘을 가로질러 여행한다. 달은 매달 둥글게 부풀어 올랐다가 이울었다가를 반복한다. 밤하늘에 다섯 행성을 뺀 나머지 다른 별들은 붙박이로 남아 있다. 이 행성들은 변치 않는 배경인 하늘을 가로질러 떠돌아다닌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이들을 올림포스 신들의 이름으로 부른다. 그리스 사람들은 천체들이 시계태엽처럼 정교하게 움직이는 것에서 질서를 보았고, 그리스 문명의 아주 일찍부터 이런 시계태엽 장치의 세부 사항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기원전 585년에 그리스 수학자인 탈레스는 일식이 다 가오는 것을 처음으로 예언하였다.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전쟁을 하던 두 나라인 메데스와 리디아 사람들은 자이 변하여 밤이 되는 것을 보고 놀라서 이제 무기를 내려놓을 시간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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